당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은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시간은 낮, 아니, 저녁일까요.
아뇨. 어쩌면, 밤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에서 당신은 어디론가 길을 따라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죠.
……아니던가요?
글쎄요, 직장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지도,
아니면 그저 편의점으로 향하던 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찌되었든 당신은 걷고 있었다는 겁니다.
매섭게 부는 강의 바람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면,
옆으로는 수 많은 차들이 각자의 목적을 다리 위에서 나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당신은 그런 다리 위를 걷고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 혼자였습니다.
아니, 혼자인 줄 알았습니다만,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옆에는 한 소녀가 같이 걷고 있었습니다.
분명, 참 이쁜 사람이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아니, 흔하던가요.
그런 트윈테일이 인상깊은 그런 미소녀였습니다.
…흔하지 않다면 왜 그게 인상깊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는 겁니다.
소녀와는 우연히 같은 길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아뇨, 그러기엔 소녀는 너무나 친근한 태도로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목소리도 익숙합니다.
아마도, 당신과 그녀는 어쩌면,
‘잘 아는’ 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됐습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
오직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다리 위를 걸어가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딱딱한 보도블럭이 당신을 받들고 있는 동안은,
당신의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멈추겠군요.
그야, 당신은 지금 허공을 밟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아,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해야하는 것은 하나군요.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십시오.